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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도토리 알을 누가 땅에다 묻은 것일까. 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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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sans339
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-12-20 15:1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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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객문의 이 도토리 알을 누가 땅에다 묻은 것일까. 다람쥐가 묻었을 수 있겠고, 뭐 자연스럽게 어디에서 흘러내려왔을 수도 있겠고. 이 도토리 알은 또 언제 흙 속으로 내려왔을까. 그 속에서 몇 번이나 겨울을 보냈던 것일까…. 마당 잔디밭 풀을 뽑고 있던 그의 눈에 반 뼘쯤 되는 상수리나무의 새순이 들어왔다. 그냥 놔두면 나무가 되기에 잔디를 위해선 솎아내야 했다. 들고 있던 호미 끝으로 조심스럽게 살살 캐보았다. 그런데 여린 뿌리 끝에 도토리 한 알이 따라 올라오는 게 아닌가. 도토리 몸은 이미 반쯤 허물어져 있었고, 허물어진 몸에서 위로는 줄기가 올라왔고 밑으론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. 기가 막혔다. 도토리 알을 들여다보는 순간, 갑자기 온갖 생각과 상상이 몰려왔다. 이 도토리 알은 어떻게 위로 줄기를 뻗고 아래로는 뿌리를 내린 것일까. 땅 속에서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, 선생님이 계신 것도 아니며, 어른 도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. 몸을 덜어 위로 줄기를 뻗어야 해, 몸을 덜어 아래로 뿌리를 내려야 될 때야, 라고 어떻게 알고 결단하고 몸을 덜었던 것일까. 뿌리를 내리거나 줄기를 올리며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…. 시인 도종환은 어느 날 청주 집 마당 잔디밭에서 만난 상수리나무 뿌리 끝에 달린 도토리 알을 보고 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. 생각하면 할수록 기특하고 신비로웠다. 결국 상수리나무 새순을 도토리와 함께 옆 산비탈에 심어주고, 그는 시 한 편을 얻어 내려왔다. “씨앗이 결심하면 새싹도 결심한다/ 뿌리가 포기하지 않으면/ 나무도 포기하지 않는다/ 흙 속에서 살아 있으면/ 땅 위에서도 살아 움직이고/ 흙이 말하면/ 바람도 알아듣는다고 말했을까/ 도토리는 몸을 녹여 새순을 만들고/ 살을 덜어 뿌리로 내려 보냈으리라/ 잘게 나누어진 도토리 뼈는 나무둥치가 되고/ 도토리 손은 나뭇가지가 되고/ 도토리 눈은 우듬지로 올라가/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리라/ 그렇게 여러 해가 흐른 뒤에/ 다시 수백 개의 도토리가 되었으리라”(「도토리」 부문) 3선 국회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뒤 본자리인 시인의 자리로 복귀한 도종환이 「도토리」를 비롯해 85편의 시를 묶은 시집 『고요로 가야겠다』(열림원)를 들고 돌아왔다. 전작 시집 『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』을 발표한 지 1년 여 만이다. 이번 이 도토리 알을 누가 땅에다 묻은 것일까. 다람쥐가 묻었을 수 있겠고, 뭐 자연스럽게 어디에서 흘러내려왔을 수도 있겠고. 이 도토리 알은 또 언제 흙 속으로 내려왔을까. 그 속에서 몇 번이나 겨울을 보냈던 것일까…. 마당 잔디밭 풀을 뽑고 있던 그의 눈에 반 뼘쯤 되는 상수리나무의 새순이 들어왔다. 그냥 놔두면 나무가 되기에 잔디를 위해선 솎아내야 했다. 들고 있던 호미 끝으로 조심스럽게 살살 캐보았다. 그런데 여린 뿌리 끝에 도토리 한 알이 따라 올라오는 게 아닌가. 도토리 몸은 이미 반쯤 허물어져 있었고, 허물어진 몸에서 위로는 줄기가 올라왔고 밑으론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. 기가 막혔다. 도토리 알을 들여다보는 순간, 갑자기 온갖 생각과 상상이 몰려왔다. 이 도토리 알은 어떻게 위로 줄기를 뻗고 아래로는 뿌리를 내린 것일까. 땅 속에서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, 선생님이 계신 것도 아니며, 어른 도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. 몸을 덜어 위로 줄기를 뻗어야 해, 몸을 덜어 아래로 뿌리를 내려야 될 때야, 라고 어떻게 알고 결단하고 몸을 덜었던 것일까. 뿌리를 내리거나 줄기를 올리며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…. 시인 도종환은 어느 날 청주 집 마당 잔디밭에서 만난 상수리나무 뿌리 끝에 달린 도토리 알을 보고 한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. 생각하면 할수록 기특하고 신비로웠다. 결국 상수리나무 새순을 도토리와 함께 옆 산비탈에 심어주고, 그는 시 한 편을 얻어 내려왔다. “씨앗이 결심하면 새싹도 결심한다/ 뿌리가 포기하지 않으면/ 나무도 포기하지 않는다/ 흙 속에서 살아 있으면/ 땅 위에서도 살아 움직이고/ 흙이 말하면/ 바람도 알아듣는다고 말했을까/ 도토리는 몸을 녹여 새순을 만들고/ 살을 덜어 뿌리로 내려 보냈으리라/ 잘게 나누어진 도토리 뼈는 나무둥치가 되고/ 도토리 손은 나뭇가지가 되고/ 도토리 눈은 우듬지로 올라가/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리라/ 그렇게 여러 해가 흐른 뒤에/ 다시 수백 개의 도토리가 되었으리라”(「도토리」 부 고객문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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